평단가를 내리는 일과, 그게 좋은 결정인지는 다른 문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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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물타기"의 수식은 단순하다. 그런데 의사결정은 평단가가 아니라 그 자본의 기회비용으로 한다.

10주를 5만 원에 샀다. 지금 3만 원이다. 10주를 더 사면 평단가가 4만 원으로 내려간다. 4만 원만 회복하면 본전. 들어가야 할까?

수식은 맞다. 그런데 이 논리에는 큰 구멍이 있다.

평단가는 본전 회복선이 아니다

평단가는 "현재 보유 포지션의 평균 매수가"일 뿐, "여기까지 오르면 매도해야 하는 가격"이 아니다. 본전이 의미를 가지려면 "여기서 매도해야 하는 시나리오"가 있어야 한다. 그 시나리오 없이 평단가만 내리는 건 평균을 옮기는 행위지 의사결정이 아니다.

물타기의 진짜 비용

평단가를 5만 → 4만으로 내리려면 같은 주식을 한 번 더 사야 한다. 그 돈은 어디서 나왔나? 보통 셋 중 하나다.

  • 현금 보유분 — 다른 종목·다른 자산을 살 수 있었던 기회비용.
  • 다른 종목 매도 — 잘 가던 종목을 팔아서 떨어진 종목을 더 사는 행위.
  • 신용·대출 — 손실 가능성에 레버리지를 얹는다. 보통 권장되지 않는다.

기회비용을 제외하면, 물타기는 "이 종목이 다시 오를 확률"에 추가 자본을 베팅하는 행위다. 평단가가 내려가는 것은 결과일 뿐, 의사결정은 그 자본을 다른 곳에 안 쓰는 쪽으로 한 것이다.

물타기가 정당한 경우

  • 회사의 펀더멘털이 변하지 않았는데 시장 전체가 빠진 경우 (코로나 초기, 금리 발표 충격 등).
  • 처음 매수할 때 정해둔 매수 가격 범위 안으로 다시 들어온 경우. "5만에 사고 3만에 추매한다"는 계획이 있었다면 그건 물타기가 아니라 분할 매수다.
  • 장기 보유 대상 인덱스 ETF처럼 개별 종목 리스크가 분산된 상품.

물타기가 함정인 경우

  • 회사 실적이 실제로 나빠지고 있다 (분기 어닝 미스, 가이던스 하향, 핵심 사업 매출 감소).
  • 매수 사유가 "내가 산 가격보다 싸졌으니까"인 경우. 이건 손실 회피 편향에 의한 의사결정이다.
  • 신용·대출로 사는 경우. 추가 하락이 발생하면 반대매매 가능성이 생긴다.
  •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이 종목 비중이 이미 높은데 더 늘리는 경우. 분산 효과가 사라진다.

매수 전에 답해야 할 세 가지

  • 이 종목을 지금 새로 산다면 살 것인가? 답이 "아니오"면 추가 매수도 하지 말 것. 매도하지 않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른 의사결정이다.
  • 여기서 추가로 내릴 수 있는 한계는 어디인가? 그 가격까지 갔을 때 또 살 건가, 아니면 손절할 건가. 미리 정해둬야 한다.
  • 이 돈으로 다른 무엇을 살 수 있나? 같은 자본을 다른 종목이나 채권·예금에 둘 때 기대 수익과 비교한다.

주식 평단가 계산기에 매수 단가·수량·현재가를 넣으면 손익까지 함께 나온다. 물타기 전후 시나리오 두 가지를 따로 계산해서 비교해보면, 평단가만 보는 것보다 결정에 도움이 된다.